길은정 일기

제목 : 2003. 12월 6일. 사람의 마음

목향 2009. 4. 12. 14:28

제목 : 2003. 12월 6일. 사람의 마음

우리는 마음을 표현할 때
꽃이나 물건등으로 그것이 상징하는 의미를
은유적으로 담아 내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방법은 자칫 받는 사람이
준 사람의 속 뜻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진심이 전달되기가 무척 어려운 방법이다.

다음으로는 '말'이라는 것을 이용해 마음을 표현한다.

그런데 그 말이라는 것도
처음 말을 꺼낸 당사자는 진심으로 한 말이었음에도
한사람만 건너가면 내용이 변질되는 최악의 단점이 있다.

처음 누가 누구랑 차를 마셨다더라는 말이
몇 사람만 거쳐가면, 그 누가 누구랑 같이 산다더라 까지
확대 재생산되어 당사자에게 입히는 피해는 엄청난 것이된다.

나는 이미 그런 종류의 피해를 수없이 겪고 살아왔다.

심지어는
'정오의 희망곡'을 진행할 당시, 나는 그저 청바지를 주로 입었었다.
그러던 어는 날, 내게 C.F 제의가 들어왔고
방송이 끝난 후, 광고제작팀과의 미팅이 있었기에
모처럼 원피스를 입고 방송국에 나갔었다.

방송이 시작되기 10분여전, 로비에서 자판기 커피를 뽑고 있는 나를 보고
어느 매니져가 물었다.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봐요? "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네, 오늘 미팅이 있거든요" 내 말은 진심이었다. 단지 광고팀과의
미팅이라는 말까지 자세히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그저 간단하게 대답한 것이었고
그때의 상황은 서둘러 방송 스튜디오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방송을 10분정도 남겨두고 큐시트를 들여다보고 마이크 앞에 앉아있는데
우리 프로그램 피디가 스튜디오로 들어서면서 대뜸 내게 묻는 것이었다.

"오늘 맞선 본다며?"

"네? 맞선 이요? 그게 무슨 소리래요?" 나는 어이없어 되물었다.

"밖에서 애들이 그러던데? 오늘 길은정이 선본다고...."

정말 단 몇분만에, 일과 관계된 미팅(회의)이 '맞선'으로
바뀌는 것을 체험한 것이다.

"어휴~ 이거 원 옷도 마음대로 못입고 다니겠네요"
그렇다고 해서 누가 그런말을 하더라느냐고
캐묻고 다닌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을 알기에
그저 쓴 웃음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남들이 뭐라하던,
나는 맞선을 본 적이 없고 광고담당자와 회의를 가졌기때문에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고 부끄러울 일도 없었다.

그런데도 사람의 마음이란, 오해를 받을 때야 말로
억장이 무너지고 분통이 터질지경이 되는 것이 공통적인 것 같다.
그런데 그런일은 두세사람의 만남같은 소규모의 만남자리에서는
그다지 불평의 말이 뒤로 들리지 않는다.

여러명, 예를 들어 10여명이 넘는 인원들이
각자의 상황과 개성을 가지고 한자리에 모였을 때,
물론 그 자리에서는 속 마음을 감추고 즐거운 척 하지만
되돌아오면서, 모임에 참석했던 사람끼리 연락을 주고 받으면서
"야, 걔는 왜 그러니? 정말 못봐주겠더라 야!" 라든가
" 아유~ 난 누구누구 때문에 열받아서 죽는 줄 알았어"
이런 식으로 이제 하나하나 불만의 말, 불평들이 나오고
사소한 말 한마디의 오해로 서운해하며
아예 모임에서 빠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여러명이 참석하는 모임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일은 정말 슬픈 일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당사자 앞에서 하고
그 말을 듣는 사람도 발끈하지 않고 침착하게 받아들이고
잔머리를 쓰지 않으면, 그렇게 터무니없는 오해때문에
뒷통수를 맞을 일이 줄어들텐데.....

앞에서 보여지는 행동과 친절함
그 이면에 씁쓸함이 남겨진 불만.
이 두가지를 잘 조절하지 못하여
사회생활에서 가장 힘든 것이 '인간관계'라고 하기도 하는가 보다.

빙빙 돌려 어렵게 말하지 말고
솔직히 말하며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진 사람들....

이랬다 저랬다,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때문에
배신감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만이 가장 즐겁고 행복한 일일 뿐,
나는 절대 결혼을 한다거나 남자를 만난다거나 연애를 한다거나할
아무런 의욕도 관심도 의미도 없는데......
이런 내 마음을 전혀 고려하고 배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일은 암환자인 내게,
무척 스트레스를 가져다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나의 일을 하며 최상의 행복을 찾고 있다.

위선적이지 않은 '사람'들과만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