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부처님을 뵙고 의상대에 앉았다. 흰 거품을 내 뿜으며 넘실대는 파도, 아스라한 먼 수평선, ‘경관이 참 좋구나.’ 거슬러 4년 전 이맘때 그날도 이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곳을 응시하는 겉모습은 누가 보아도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진데 마음은 천양지판이란 말을 써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그러고 보면 육신은 마음의 하수인인 듯, 모든 것에 머리가 우선한다. 그때는 유방암 수술을 받고 열흘쯤, 남편을 멀리 보내고 마음을 못 잡아 서성이던 참인데 설상가상 나 또한 병치레를 혹독히 치르느라 살는지 죽을는지 아득했었다. 당장 코앞에 닥친 항암치료를 받을까, 말까를 놓고 깊은 고뇌에 쌓여있었다. 실상 수술은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끝나지만, 항암 부작용의 고통은 미루어 짐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