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 63

지금 이 자리에

낙산사 부처님을 뵙고 의상대에 앉았다. 흰 거품을 내 뿜으며 넘실대는 파도, 아스라한 먼 수평선, ‘경관이 참 좋구나.’ 거슬러 4년 전 이맘때 그날도 이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같은 자리에서 같은 곳을 응시하는 겉모습은 누가 보아도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진데 마음은 천양지판이란 말을 써도 무리가 아닐 듯하다. 그러고 보면 육신은 마음의 하수인인 듯, 모든 것에 머리가 우선한다. 그때는 유방암 수술을 받고 열흘쯤, 남편을 멀리 보내고 마음을 못 잡아 서성이던 참인데 설상가상 나 또한 병치레를 혹독히 치르느라 살는지 죽을는지 아득했었다. 당장 코앞에 닥친 항암치료를 받을까, 말까를 놓고 깊은 고뇌에 쌓여있었다. 실상 수술은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끝나지만, 항암 부작용의 고통은 미루어 짐작..

나의 서재 2020.07.02

인생 통지표

인생 통지표 김종선(목향) 오랜만에 동생을 만나 인근 공원으로 나갔다. 그때 마침 해님이 서산으로 기우는 일몰 때, 이날 따라 유독 빨간 진홍빛을 발산하며 그 황홀한 자태를 뽐낸다. ‘아! 정말…….’ 읋조리는데 불현듯 어느 날의 장면이 오버랩 되면서 남편의 모습이 그리움으로 다가앉는다. 남편과 나의 마지막 여행지 왜목리, 알다시피 왜목리는 일출, 몰을 모두 감상 할 수 있는 명소이다. 일출은 묵었던 호텔 앞 야트막한 석문산에서 맞았고 일몰은 바닷가 둔치에서 만끽했다. 해님 주위로 어우러진 자연의 색채, 바닷물에 반사된 불기둥이 물결 따라 일렁이든 그 찬란한 모습들이 너무나 고혹적이어서 ‘여기 오기를 참 잘했네.’ 침묵을 깬 남편의 탄성이었다. 당시도 그는 건강이 좋지 않아 힘겹게 운전을 한 탓에 도착하..

나의 서재 2020.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