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2004. 1월 15일. 연 애 | |
"누나. 남자친구 없죠." 노래하는 후배가 뜬금없이 물었다. 그것은 그렇다 아니다의 대답을 듣고자 궁금함으로 묻는 질문이 아니었다. "너무 많은 걸 알려고 하지마. 다쳐" 내가 농담으로 받아 넘기자 후배가 말을 이어갔다. "누나 휴대폰 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요즘 누가 그런 것 갖고 다녀요. 남자친구 있으면 벌써 바꿔줬을걸요?" "야, 이게 어때서? 난 편하고 좋기만 하다. 나야 뭐 전화 걸고 받는 것 말고는 문자메세지도 보낼 줄 모르는데...문자메세지 한번 보내려면 30분씩 걸려서 아예 포기했어. 그런데 컬러링 휴대폰이며 기능 많은 기기가 왜 필요해? 누가 새로 사 준다해도 싫을 것 같은데? 난 지금 이 휴대폰이 좋아. 아무리 구식이라도. 고장나서 도저히 쓸 수 없을 지경이 되지 않는 한 안바꿀거야. " 내가 말했다. "에이, 그래도 누나, 남자친구 없는 건 확실해" 후배가 처음의 질문에 이제는 아예 확신을 가진 듯 말했다. "어허~~ 다친다니까~~" 내가 말했다. "누나는 하나도 변한 게 없어요. 몇년간이나 봐왔는데 반지낀 것도 못봤지 목걸이도 안하지 스타일도 하나도 안 변했잖아요. 그것만봐도 안다니까요?" 후배는 놀리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야. 누나 놀리는 거 그게 그렇게 재밌냐?" 내가 말했고 "재밌죠~~" 후배가 말했고 함께 한바탕 웃었다. 그러고보니 새로 산 옷도 없고 구두도 가방도 화장품도 치장을 하는데 필요한 물건을 구입한지가 얼마나 오래 되었던가 생각하게 되었다. 미용실에 다녀온 지는 이미 8개월을 넘기고 있었다. 그런데도 요즘 나는 왜 이리도 설레고 날마다 그리움을 안고 가슴이 일렁임을 느끼며 살고 있을까... 기다림과 불안함과 충족감등 죽어버렸던 것 같은, 잃어버렸던 것 같은 감성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것일까... 사랑에 빠진 기분이 이런 것일까..... 그랬다. 나는 매일 매일 만나는 방송과의 사랑에 빠져있었다. 지금 나는 음악과 연애하고 있다. 그것이 비록 짝사랑일지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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