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

엄마는 사랑의 뿌리 / 엄마와 2박3일

목향 2009. 9. 12. 10:45

 

엄마는 사랑의 뿌리

(엄마와 2박3일 연극을 보고 )

김종선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 은 최고의 히트작이라고 평 받으면서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연일 매진을 이어가다 급기야 공연 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나 역시 언젠가의 관람을 벼르고 있었는데 마침 청주에서 <충북학생문화원> 동양일보 문화기획단의 주선으로 공연이 열려 참 다행이었다.

관록 붙은 국민배우 강부자 씨가 <엄마로> 출연해 화제가 된 이 연극은 간암 말기인 딸이 <전미선> 친정엄마와 함께 보내는 마지막 2박3일을 감동적으로 그렸다.

간암말기의 딸이 마지막으로 찾은 곳! 그곳은 고향을 지키며 오직 자식들의 행복만을 위해  살아온 유년시절의 그 초라한 집, 엄마의 따뜻한 품이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잘 나가던 딸이 갑자기 찾아와 이런저런 티격태격 엄마와 부딪치기도 하지만, 그것은 내심 애틋한 사랑의 표출임을 누가 모르랴. 겉으론 평범한 모녀의 대화로 포장되어 서로의 속마음을 감추는 듯하지만 끝내 그 극한의 고통과 이별은 모녀의 애간장을 태우고도 남는다. 어디주인공들 뿐일까! 공연장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딸이 불치의 병을 얻어 고향으로 왔을 때, 그 엄마의 무너지는 가슴은 그 누구라도 상상하고도 남으리라.

<강부자> 그 특유의 음성과 몸짓으로 절규한다.


 “내 새끼, 보고 싶은 내 새끼. 너 한 테는 참말 미안하지만, 나는 니가 내 딸로 태어나 줘서 고맙다. 내가 이 세상에 와서 제일 보람된 것은 너를 낳은 것이다. 그리고 이 세상에 와서 제일 후회되는 일은 그것도 너를 낳은 것이다. 사랑한다. 내 딸아.”


‘사랑 한다’ 말하지 않아도 ‘잘못했다’ 말하지 않아도 모두 이해되고 용서되는 것은 바로 엄마는 사랑의 뿌리이기 때문이라고…….

가장 힘들고 괴롭고 외로울 때 찾을 수 있는 어머니, 그래서 우리는 ‘어머니’ 란 단어에서도 눈시울을 적시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바로 천륜이며 그 관계는 의무나 책임이 아닌 본능 그 자체를 말함이리라.


이 연극을 보면서 나 역시 눈물이 고였다. 그 시골에서 나를 사범학교까지 보내주어 직업을 갖게 해준 어머니! 바로 그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도 다른 유년 친구들과 똑같이 초등학교로 막을 내렸을 지도 모른다.

더구나 안타까운 일은 학교를 마치고 초등학교 교사로 막 첫 발령을 받은 시점에서 한 의사의 실수로 너무도 갑자기 저 세상으로 가셨으니 그 애통함을 어떻게 말하랴.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 이미 62.5 사변과 토지개혁이란 국가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 집 재산은 거의 잃어 버렸기에 학비 마련조차 어려운 형편이었다.

 

돌아보면 그 6년 객지에서 공부하느라고 효도는커녕 기울어지는 가세에 결국 짐만 더 얹은 겪이 되었었다. 학비 한 번 타 낼 때마다 쌓여가던 어머니의 근심 걱정, 그래서, 그래서 돈벌어 효도하리라 수없이, 수없이 다짐을 했었는데 보답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니 지금도 내 가슴 한 가운데 한으로 남아있다.


또한 나 역시 딸만 두었다. 내 스스로가 더 오래오래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몸을 잘 돌보아야겠구나. 마음을 다지기도 하였다.

이렇듯 공연 중 내내 애절한 마음의 연속이지만, 공연 자체를 놓고 보면 진부한 면이 곳, 곳에 보인다. 산촌 환경을 그리더라도 좀더 현실감 있게 나타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더한 공감대를 형성 할 수 있었으면? 아쉬움이다. 특히 세트 설치에서 더한 신경을 썼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처음부터 끝까지 눈물샘을 자극한 절절한 감동을 불러일으킨 연극이었다.

오래 오래 마음 한 자락에 남아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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