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타인의 글)

은혜의 물결 /月岩 이 희 정

목향 2009. 2. 24. 16:34

 

사진: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에서
 
 

 

은혜의 물결

 

                 月岩 이 희 정

 

 

김수환 추기경님

천사의 날개 펴고 날아오르는 길

명복을 비는 행렬이 끝을 모른다

 

 

저 행렬의 뒤편에

광주 오월의 장미꽃들이

어깨 무거운 어린 가장들이

서로 화해하며 잡는 손길이 뒤따른다

 

 

여든일곱 해 고여서 숙성된 둑이

터지면서 쏟아낸 사랑

마르지 않는 샘에

은혜의 불꽃이 타오르고

 

 

빈손 하나 가고 있다

당신의 눈알과 모든 것 버리고

더 환한 빛을 얻어 훨훨 날아가고 있다

 

                        2009.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