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

내 가슴의 별

목향 2008. 11. 25. 16:19

 

 

내 가슴의 별

김종선(목향)

 

 

 

 

‘지금 이 시각, 이 순간은 참으로 행복하구나.’

 

어쩌면 나는 이러한 시간을 갖기 위해 이곳에 더 오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이곳은 월악산 계곡, 한 농막의 작은 뜰이다. 이곳에 서서 보석처럼 빛나는 밤하늘의 별과 소근 소근 정담을 나눈다. 여기에서 쳐다본 별들은 어느 날, 전율을 느끼듯 섬광처럼 가슴에 닿은 것이 벌써 오래전 일이다.

밤잠을 설쳐 잠시 뜰에 나왔다 우연히 쳐다본 하늘이었다. 그때 난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었다. 아주 어린 시절 멍석 위에 누워 바라본 밤하늘이 바로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오두막은, 동생의 소유로 되어있어 심신이 피곤 할 때면 쉼터로 찾기도 하고 형제들의 모임 장소로도 이용되어 한해 네댓 차례 이곳을 들르게 된다.  이곳에 오게 되면 한 밤중, 이 작은 뜰에 나와 밤하늘을 쳐다보며 이야기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노라면 의례히

 

‘저 별은 나의 별 저별은 너의 별 ......’

 

별 노래를 아주 작게 허밍으로 부르며 저 세상으로 간 인연들과 내밀한 언어들을 주고받는다. 그들이 나보다 먼저 갔지만 저 드넓은 우주공간에 어느 별이 되어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아니 꼭 그럴 것이라고 확실히 믿고 싶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어머니, 외할머니, 편지친구 영, 그리고 생전에 본 적도 없고 주고받은 글 귀 한 구절 없었지만 사후 그의 글을 통하여 진실, 감성, 가치관 등이 너무나 나와 비슷해 동질성을 진하게 느낀 또 한사람의 얼굴도 있다. 나는 그들을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그들이 없다면 나는 아주 살벌한 벌판에 홀로 선 듯 참으로 외로울 것이다. 그래. 언젠가 내가 이생이 다하는 날엔 아마도 먼저 간 저들이 양팔 벌려 나를 반겨 줄 것만 같은 생각에 때로는 저 세상이 그렇게 무섭지 않게 느껴 질 때도 있다.

어디 이뿐인가 !

 

저 무한대의 하늘을 보면 우리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미미한가를 새삼 느끼게 되고 지금의 삶도 자연스레 되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또한 언젠가부터 화두처럼 끈질기게 내 의식에 자리 잡은 나는 누구며? 어디로 가는 것인가? 라는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정체성의 문제까지, 끝없는 사유의 뜰을 넓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한 시간들이 어찌 소중하지 않으리.

 

수년전 캐나다 여행 때, 밤 비행기에서의 일이다. 한 밤중 갈증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모두는 잠들어있었고 희미한 전등불이 겨우 사물의 윤곽을 들어낼 뿐이었다. 나는 몸이 뒤틀리고 갑갑해서 살짝 창문을 밀쳤다.

아! 그런데 그 까만 하늘에서 초롱초롱한 별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지 않은가! 그 때의 신선함도 정말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아! 여러분 그만들 자고 깨어나 저 밤하늘의 보석처럼 빛나는 별을 보라고요.’

소리치고 싶었지만 사실은 옆자리의 남편조차 깨우지 못했다. 홀로 대화하고 감격하면서 행복한 몇 시간을 보냈기에 지루하지 않았다.

 

나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명저중의 명저로 생각한다.

내가 교직에 있을 때 아이들에게 필독도서로 권하던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보통 어린이들만 읽는 동화로 아는데 나는 어른들도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 별들이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 때문이고 사막이 아름다운 건 그곳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 어른들은 혼자서는 스스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해 .그래서 아이들이 항상 시시콜콜 설명을 해주어야하니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으로 볼 수가 없어. 마음으로 찾아봐야지.”

“그가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 할 거야.”

 

참으로 명대사다.

 

지금처럼 팍팍하고 혼탁한 세상살이에선 그 누구라도 이 책의 주인공 어린 왕자가 되어 진실 되고 순수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한다고……. 밤하늘의 별도 세어야 한다고 …….

 

내 생애에 가장 슬픈 이야기, 그건 어머니와의 이별이었다. 세모시 옥색치마로 꽃단장하고 소풍가듯 집을 나섰던 어머니께서, 의사의 실수로 주검이 되어 돌아왔을 때 막내 동생은 첫돌도 지나지 않았었다. 줄줄이 동생들을 다섯이나 남겨두고 그렇게 갑자기 가셨으니 그 애통함을 어찌 말하랴! 이후 오랫동안, 나는 멀리서라도 병원표시인 열십자만 보아도 외면하고 다니는 버릇이 습관화 되었다

아마도 내가 이렇듯 별을 가슴에 묻은 일도 그때부터이지 싶다. 한 여름 그날, 병풍 뒤의 어머니가 되살아 날 것 같은 환상에 몇 번이나 병풍을 들쳤고 그때마다 절망하며 뒤뜰로 나와 밤하늘의 별을 보며 울음을 삼킬 때, 내 앞으로 홀연히 나타난 어머니의 환영!,

나는 그때 명멸하던 별 중 유난히 빛을 발하던 한 별을 가슴에 묻었다.

 

 

별은 순수며 진실의 상징이다.

우리는 현실의 꿈도 꾸어야 하지만 영혼의 꿈도 꾸어야한다. 그 영혼의 꿈은 바로 현실의 바탕을 그리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것도 보고 긴 꼬리를 가진 혜성이 하늘을 가르기도 하며 월식의 장엄한 신비가 연출되기도 하니 정말 얼마나 신비스러운가! 그 우주의 신비함에 동경심을 심어야 한다. 예부터 사람들은 별을 이용해 길흉화복을 점쳤고 자신들의 이야기도 새겼다.

 

 

수년전 어느 날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던 출가자의 이야기,

명문대 출신들이고, 고시 합격생까지 포함한 그들이 낳아 길러준 어머니의 눈물과. 약속된 명예와 돈과 권력을 헌 신짝처럼 버리고 출가승이 된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들이 그 고행의 길로 들어선 이유는 아마도 부처님이 되어 영원한 자유의 길, 고뇌가 없는 그 해탈의 길로 들어서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보통사람들의 의식으론 생각할 수 없는, 그 용기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인생길! 길어봐야 100년을 넘기지 못하는데, 어쩌면 그들이 현명한 것이 아닐까?

밤하늘의 별을 헤이는 날은 이렇듯 일상에서 느끼지 못 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있으니 얼마나 값진 일인가!

 

 

정말 깊은 산 계곡의 밤은 적막강산이다. 저만치 떨어진 높은 전봇대의 외등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금빛으로, 또는 하얀 진주 빛으로 깜박인다. 이따금 컹컹 짐승의 울음소리인 듯 들리고 철철 물 흐르는 소리, 풀벌레 소리가 하모니를 이룬다. 이 밤 무척 외로울 것 같지만 행복한 밤이다.

 

그건 바로 이 우주 안의 나를 거듭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하늘의 그리운 사람들과 교감을 이루는 보이는 별만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가슴의 별로 간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장엄한 월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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