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이야기 / 문형동
국물 이야기 우리의 밥상에는 밥과 함께 국이 주인이다. 봄이면 냉이국이나 쑥국의 향긋한 냄새가 좋고, 여름엔 애호박국이 감미로우며, 가을엔 뭇국이 시원하다. 그리고 겨울이면 시래깃국과 얼큰한 배추 김칫국이 있어서 철따라 우리의 입맛을 돋운다.가을 뭇국은 반드시 간장을 넣고 끓여야 제 맛이 나고, 겨울 시래깃국은 된장을 풀어야 구수한 맛이 돈다. 사람들이 지닌 성품과 애정(愛情)도 이처럼 사계절의 국물맛과 같지 않을까? 조선 시대 왕들은 해마다 봄이 되면 동대문 밖 선농단에서 제사를 지냈다. 그 해 농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왕이 친히 선농단까지 나갔던 것이다. 왕이 직접 제사를 지내니 백성들도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궁궐에서만 사는 왕을 먼발치에서라도 볼 수 있고, 또 한 해 농사가 풍년이 들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