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소녀 태초에 알이 있었다 둥글고 물기 많은 여유 아무도 닮아있지 않고 무엇에도 물들지 않아 너는 귀가를 서두르지 않는, 무지개는 정말 찬란했을까 찬란하다고 믿고 싶었을까 먼 빛 파랑새를 좇아가는 뒷모습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내 소녀와 흡사한 소쉬르의 기호학 드레스같이 레이.. 문학(타인의 글) 2018.03.30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묻다 길에서 길을 물었다 와버린 길을 돌이키지도 못할 거면서 바람인척하며 길을 물었다 바닷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날 검은 바위에 괭이갈매기 떼 지어 앉아있는 날 절벽높이 서 있는 소나무에게 길을 물었다 내가 보고 싶은 게 너라는 걸 알기는 할까 푸르다 못해 진청.. 문학(타인의 글) 2018.03.12
수면 아래로 숨은 것들 수면 아래로 숨은 것들 올겨울만큼 추웠던 때도 드물지요. 겨울나기가 힘들어서, 동물들은 어떻게 추위를 견뎠을까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곤충의 겨울나기를 시청했습니다. 수많은 곤충들의 혹독한 겨우살이 중, 잠자리애벌레와 물방개의 겨울나기는 지혜로웠습니다. 얼음 아래는 물 위.. 문학(타인의 글) 2018.02.28
깊이가 깊이를 알아본다 깊이가 깊이를 알아본다 산자락이 여강에 내려앉아 입술을 만들었다 독사 스무 마리쯤 길들이는 마음으로 입을 꼭 다물고 있다 낚싯줄을 더 내린다 말을 얻기까지 - 고영민, 시 '깊이' 말없는 산그림자. 그 그림자를 품은 채 더 깊이 속을 드러내지 않는 강. 그 속을 알기까지, 내가 키워야.. 문학(타인의 글) 2018.02.26
새로운 눈을 가지는 여행 새로운 눈을 가지는 여행 진정 무엇인가를 발견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 마르셀 프루스트 이국적인 풍경과 사람들과 음식들. 그들에 도취되어 다니다가 어느새 내가 고민했던 것들을 다 잊곤 합니다. 그러면서, 다시 생각합니다. .. 문학(타인의 글) 2018.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