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찾아가 보리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아껴둔 곳이 있다. 사람마다 ‘추억의 성소(聖所)’가 있기 마련인데, 나에게도 그런 곳인 셈이다. 시야에 남덕유산과 학교 모습이 보이자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예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을까? 학교 풍경과 제자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있었다. 나는 그때 20대 총각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폐교가 된 지 오래된 운동장엔 잡초가 무성했다. 교사(校舍) 중앙에 ‘정직·질서·창조’라는 교훈이 그대로 붙어 있을 뿐 운동장엔 아이들 대신 잡초만 자라고 있었다. 교기 없는 게양대는 녹이 슬어 벌겋게 변해 버렸지만 풍향계는 혼자 돌고 있었다. 나는 문짝이 떨어져 나간 현관문 안으로 발을 들여다놓았다. 2년간 아이들을 가르쳤던 교실이며, 교무실을 보고 싶었다. 복도는 상수리나..